도쿄, 1963년

'에비하라 이치로' 밴드였습니다

미남 미녀의 멋진
쌍쌍 스윙 댄스!

거기 아가씨

밴드 아찌들이 반한 것 같은데

침대에서 연주 한 번
들어 보실래요?

오늘 밤엔...

우리 '뉴 하바나' 클럽에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여러분!
역도산 선생이십니다

- 역도산이다!
- 역도산 선생님!

한 말씀 부탁 드리죠

- 아뇨
- 부탁 드릴게요

이 클럽에...
살인 청부업자가 있습니다

역시 아무도 안 믿으시는군요!

저 역도산을
한 방에 보낼 수 있다는

남자들이 술집마다
하나씩은 꼭 있다더군요

그런 분을 만나면
제 말을 좀 전해주십시오

역도산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싶다면

아니 역도산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으면

먼저...
'프로레슬링 티켓부터 사라'

티켓만 있으면...
누구든 환영합니다

링에서 만납시다

무슨 일이지...?

뭐가 어찌된 거야...

화염도 안 보이고, 구름도 없고

바람도 불지 않고
파도도 일지 않네

거울처럼 맑던 황해 바다는

순식간에 흐려지고 말았다네

하늘도 모르는 천둥소린가

바다에 번뜩이는 번개이던가

화염은 하늘을
자욱하게 뒤엎고

푸른 하늘 태양 빛도
어두워지네

도쿄, 1944년

등화관제!

소등

지도 감사드립니다

이 새끼! 죽어버려

조선에 돌아가!

- 죽어버려! 조센징!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꺼져버려!
- 감사합니다!

죽어버려!

감사... 감사합니다

감사해?

그럼 한 방 더 먹어라!

김... 괜찮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 같으면
벌써 도망쳤을 거야...

김... 같이 도망가자

어딜 가든
여기보단 나을 거야

하마유

난 갈 곳이 없어

울 어머니도...

이대로 돌아가면
기뻐하지 않으실거야

그만 자자

길 좀 비켜 주세요!
인력거 갑니다!

- 공습경보!
- 어서 피해!

방공호로 가! 빨리

이쪽으로 오시죠

감사합니다

학생, 괜찮니?

아파요

죄송합니다

'니쇼노야마'의 스모장사님이죠?

본 기억이 나요

성함...?

'김'요! 다들 그렇게 부르죠

어디서 오셨나요?

아주 먼 곳에서요...

나하고 똑같네...

저도 멀리서 왔어요

'나가사키'란 곳 아세요?

이름이?

- 아야라고 해요
- 아야

칸노 회장님이...

후원자가 돼 주셔서

기예도 익힐 겸
요정에서 연주를 하죠

맛있어요

사실 좀 맵죠

오늘은 '아즈마나미' 장사의
'요쿄즈나' 승급과

후원회 발족을 축하하기 위해
성대한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새로운 요쿄즈나가 된...

아즈마나미를 위해서! 건배!

- 건배!
- 건배

이 집 여자들 보통이 아니지?

굉장하군요

술!

아즈마나미 새끼! 복 터졌군
부럽다, 정말!

선배도 빨리 승급하셔서
후원자를 만나셔야죠

바보새끼!

칸노 회장 같은 후원자를
만나는 게 쉬운 줄 아냐?

지도 감사 드립니다

하마유 도망가는 거
알고 있었지?

몰랐습니다

네게도 기회를 주지
도망 가 봐

전 도망 안 갑니다!

이새끼!

- 가버려!
- 전 도망 안 갑니다...

전 요쿄즈나가 될 겁니다

뭐?

요쿄즈나가 되서 뭐하게?

맘껏 웃으며 살 겁니다

웃고 싶다고?

난 말이지...

웃는 조센징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야, 김!

심심하지?
내가 놀아주마

주워!

너 지금 뭐라고 했냐?

주워, 새꺄!

선배한테 뭐라고?

주우라고 했다!

이 자식이!

너,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주둥이 안 닥치면
찔러 버릴 거다!

선배

안 그래도 나 많이 힘들어

근데 왜 자꾸
날 괴롭히는 거지?

장난친 거야, 장난

두 번 다시 날...

건드리지 마!

안녕히 가십시오!

김!

'김'이 어느 놈이야!

저기... 접니다만

- 왜 그러시죠?
- 도둑놈 새끼!

네가 훔쳤다며!
네 사물함에서 나온 거다

새끼, 조센징이라며?

안 훔쳤습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닥치고 따라와!
조사하면 다 나와

웬 난리냐! 무슨 일이야?

- 난 안 훔쳤어!
- 이놈 거기서!

거기 서!

- 게 섰거라!
- 비켜!

서라니까!

서라!

관장, 무슨 일이오?

저 놈 잡아!

비켜!

김! 도망치면 안 돼!

이러면 넌 다시
스모를 못하게 돼!

조사를 받아!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요!

전 도둑질이나 하는
조센징이 아닙니다!

그냥 스모 장사일 뿐이라고요!

칸노 회장님!

전 훔치지 않았어요

전 스모를...
스모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젊은 피 흐르는 비행병사의

일곱 개 단추는
벚꽃에 닻을 내리고

오늘도 안개 낀 해변을
날고 또 나네

크나큰 희망의
구름이 솟아오르네

불 타는 건장한 비행병사의

팔은 무쇠팔이요
마음은 불덩이라네

거친 바다를 넘어
훌쩍 떠나간다네

칸노 회장님...

우린 간다
적진에 몸을 던지러

펴 보거라

네가 평생을
짊어지고 갈 이름이 다

역도산!
이제 자넨 진정한 스모장사다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봐

선물로 주겠다

맘 변하기 전에 빨리 말해

저기...

뭐냐?

아야를 주십시오

아야?

아야를 달라고?

가 봐!

잠깐!

왜 내 이름을 불렀지?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때 다리 위에는 사람이 많았다

족히 오십 명은 있었어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왜 내 이름을 불렀지?

여기 관장도 있었잖아

제겐 회장님 밖에
안 보였습니다

무슨 얘깁니까?

형사들 데려 오는데
다리가 후들 후들거려 혼났어

짜식들, 총까지 쏘다니

네가 부탁한 거니
하긴 했지만...

너무 위험했던 거 아니냐?

칸노 회장님이
그냥 가버렸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선배, 난...
내 운을 믿었을 뿐이야

스모는 곧 힘의 길이다

가을, 1951년

이유를 말해!

역도산! 진정해!

- 선배님!
- 진정하십시오!

진정하십시오!
진정하세요!

승급자 명단에
왜 내가 빠져 있지?

그건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미안해...
오늘은 이만 끝내자

조심해서 가렴

여보! 왜 이러세요?

이까짓 상투 잘라 버리겠어!

안 돼요!

- 이럼 안 돼요
- 이거 놔!

칼 놔요!

비켜!

장사님!

장사님 꿈이 뭐예요?

이까짓 상투 하나 때문에
10년을 허비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해

아야...

스모를 못 하게 되면
난 어떻게 하지?

잘 될 거예요

우리 장사님, 앞으론

다 잘 될 거예요

걱정 마, 역도산

너는... 괜찮을 거야

우리 이사회도
힘들게 결정한 거다

1년 정도 근신은 네놈 난동에
비하면 관대한 조치다

저 역도산한테 이까짓
상투가 중요한 것 같습니까?

상투 없는 스모꾼이 어디 있나?

건방지게... 상투라도 없으면
누가 널 거들떠보겠나!

하찮은 조센징이란 말이군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래...

간도 안 좋다던데
이젠 치료나 잘 해

역도산이 이렇게
머릴 숙일 줄 알았나?

썩 나가!
네놈은 이젠 제적이야!

못 돼먹은!

칸노 회장 생각해서
여태 봐줬더니!

쥐뿔도 없는 놈이!

- 은혜도 모르는 놈!
- 주제파악도 못하고!

왜 이러나! 그만둬

진정해!

나는... 이 상투를 위해

10년을 바쳤어

하지만

나 역도산...!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한다!

술 더 줘!

손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뭐야?

난 손님이 아냐

역도산이야

손님, 조심하시죠

여긴 쿄우세미 조직의
구역입니다

지금 나 역도산을 겁주는 건가?
야쿠자 새끼가!

이러면 안 된다니까요...

개새끼!

죽어볼래? 건방지게!

날 협박해?

뭐야?

이 정도로 해!

알았어, 그만 할게

이새끼!

아파, 알았어!

몸집이 꽤 좋은 걸...

스모 선수냐?

닥쳐! 새꺄!

난 프로레슬러
해롤드 사카다라고 한다

술 깨면 처ㅣ육관에 한번 들러

겁도 없이!

넌 죽었어!

사카다 놈 어디 있어?

스모꾼

프로레슬링은
맨손으로 하는 거야

미리 말해 두는데
난 죽기 살기로 싸운다

덤벼!

개새끼!

진짜 프로레슬링이
뭔지 알려주지

역도산

스모는 일본의 것이지

하지만 바다 건너엔
세계의 스포츠인

프로레슬링이 있다

회장님

자전거는 어쩐 일로?

운동하는거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몸을 움직여둬야

나중에 고생을 안하지

역도산...

좋은 이발소 소개해줄까?

회장님... 부탁이 있습니다

또 누굴 팬거야?

그런 거 아닙니다

역도산 일생 일대의 부탁입니다

회장님, 절 미국에
보내 주십시오

뭐라고?

미국에 가서
서양 스모에 도전하겠습니다

뜻은 알겠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건 좋아

허나 역도산
자네도 젊진 않아

스모처럼 중간에
뛰쳐 나오는 거 아냐?

프로레슬링은
세계의 스포츠입니다

인종과 국적을 안 가립니다

인생의 60년...
전 그 중에 반을 허비했습니다

남은 인생은
후회 없이 살고 싶습니다

이대로 끝낼 순 없습니다

억울하고...

분합니다

절 도와주십시오!

제발...!

도와주십시오!

빈 속에 마시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안주 다 돼 가요

나 말이야...

미국에 가기로 했어

뭐라고요?

역도산이 미국에 간다고

프로레슬링이라는
서양 스모가 있어

도전해보려고 해

얼마나 가 있게요?

1-2년?

5년, 10년?

실은 나도 잘 몰라

솔직히 말하면...

성공하기 전에는
안 돌아올 생각이야

또 정전이네...

양초가 어디 있더라?

십 년 전에는
현해탄이었지만

이젠 태평양이야

기회는 지금 뿐이야

잠깐 기다려요

떠나려면 떠나도 좋아

난 상관없어

나도 백인 여자
꼬실 테니까

아야도 새 남자 만나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줘

바보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장사님은
분명 잘 해낼 거예요

아야, 나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고 있어

답장 좀 해, 바보야

이거 쓴다고 고생했어
알로하!

일본에서 온 맹호 역도산

가라데촙 미국 평정

역도산, 연승행진

역도산, 미국에서 대활약

내 경주마도
이렇게 잘 하면 좋을 텐데...

잘 지내시죠?
저도 잘 지내요

당신의 건강만을 위해
기도합니다

알로하

1953년 3월

- 불편하신 점은 없으신가요?
- 괜찮습니다

불편하신 점은 없으신가요?

없소

저기, 싸인 부탁해도 되겠습니까?